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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란? 민화를 그리면서 복의 의미가 달라졌다

by mybottari 2026. 3. 13.

복 문자도

 

복이라는 말을 막연하게 썼습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복 받았다고 하고, 운이 좋으면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화를 공부하면서 오복(五福)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을 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복이 이렇게 구체적인 거였나 싶었습니다.

 

오복이란 무엇인가

오복은 다섯 가지 복입니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오래 살고, 재물이 풍족하고, 건강하고 평안하고, 덕을 좋아하고, 삶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마무리하는 것. 이 다섯 가지가 인간이 바라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이 다섯 가지를 봤을 때 네 번째가 낯설었습니다. 유호덕, 덕을 좋아한다는 것. 복에 도덕적 가치가 들어있다는 게 의외였습니다. 재물이 많고 오래 사는 것만이 복이 아니라 바른 마음으로 사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 조선 시대 사람들의 복에 대한 개념이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번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종명, 삶의 마지막을 평안하게 마무리하는 것. 잘 사는 것뿐 아니라 잘 마무리하는 것까지 복으로 봤습니다. 시작과 끝을 함께 생각한 것입니다.

 

민화 속 복 상징들

오복의 개념을 알고 나서 민화 소재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란은 부(富)입니다. 크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 부귀영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담은 소재입니다. 제가 모란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솔직함입니다. 풍요롭고 싶다는 마음을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학과 거북, 사슴과 소나무는 수(壽)입니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소재들입니다. 십장생도가 이 소재들을 한 화면에 모은 이유입니다.

박쥐가 복 상징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한자 복(福)과 발음이 비슷해서입니다. 언어적 유희가 그림 소재로 들어온 것입니다. 박쥐도를 아직 그리지 못한 이유가 있는데, 코로나 이후로 박쥐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그려볼 소재입니다.

물고기는 풍요의 상징입니다. 어(魚)와 여유롭다는 여(餘)의 발음이 비슷해서입니다. 어해도를 공간에 따라 다르게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복을 그린다는 것

민화를 그리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복을 상징하는 소재를 그릴 때 그리는 사람도 그 마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모란을 그릴 때는 이 그림 받는 사람이 풍요로웠으면 싶고, 십장생을 그릴 때는 오래 건강하셨으면 싶습니다. 억지로 만들어낸 마음이 아닙니다.

수백 년 동안 이 소재들에 그 마음이 쌓여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붓을 들면 그 마음이 따라옵니다.

오복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 복이라는 말이 달라졌습니다. 막연하게 좋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들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풍족하고, 평안하고, 바른 마음으로 살고, 마지막도 편안한 것. 민화는 그 구체적인 바람들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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