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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해와 달 - 왜 같이 있지? 보다 왜 자꾸 찌그러지는 것인가..

by mybottari 2026. 3. 24.

일월오봉도

 

 

민화를 배우면서 해와 달을 처음 그렸을 때 의문이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왜 해와 달이 항상 같이 있는가. 두 번째는 왜 내가 그리면 자꾸 찌그러지는가.

솔직히 처음엔 두 번째 의문이 더 컸습니다. 해와 달이 상징하는 게 뭔지보다 어떻게 하면 동그랗게 그릴 수 있는지가 더 급했습니다. 그리다 보면 어느새 타원이 되고, 고치려다 더 커지고. 일월오봉도 그릴 때 해와 달이 점점 커졌습니다.ㅋ

 

민화에서 해와 달이 같이 나오는 이유

민화 속에서 해와 달은 항상 함께입니다.

일월오봉도가 대표적입니다. 왕의 어좌 뒤에 놓이는 그림인데, 왼쪽에 달 오른쪽에 해가 배치됩니다. 해와 달이 같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음양입니다.

해는 양(陽)입니다. 밝음, 낮, 활동, 남성의 기운. 달은 음(陰)입니다. 고요함, 밤, 수용, 여성의 기운. 이 둘이 함께 있어야 세상이 균형을 이룬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느 하나만 있으면 세상이 기울어집니다. 해와 달이 항상 쌍으로 그려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월오봉도에서 왕 뒤에 해와 달을 놓은 것은 왕이 음양의 질서를 다스리는 존재라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해와 달이 자꾸 찌그러지는 이유

민화에서 해와 달은 완벽한 원으로 그려야 합니다.

그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컴파스로 그리는 게 아니니까요. 붓으로 원을 그리는데, 한 번에 힘 조절을 유지하면서 동그랗게 마무리해야 합니다. 조금만 힘이 달라지면 찌그러집니다. 고치려고 덧칠하면 더 이상해집니다.

일월오봉도 그릴 때 해와 달이 점점 커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찌그러진 부분을 메우다 보면 전체가 커집니다. 어느 순간 해가 산봉우리만큼 커져 있습니다. ㅋㅋ

연습 방법이 있습니다. 크게 그리는 것보다 작게 여러 번 연습하는 게 낫습니다. 팔 전체로 원을 그리는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손목만 쓰면 반드시 찌그러집니다.

 

해의 색과 달의 색

민화에서 해는 빨간색이나 주황색으로 그립니다.

실제 태양 색입니다. 그런데 오방색 체계에서 해는 남쪽 화(火)의 기운과 연결됩니다. 붉은 기운. 생명력과 열기입니다.

달은 흰색입니다. 서쪽 금(金)의 기운, 백(白). 깨끗하고 고요한 빛. 민화에서 흰색 표현이 항상 어렵습니다. 그냥 비워두면 밋밋하고, 너무 칠하면 탁해집니다. 달빛의 은은함을 표현하는 게 해보다 오히려 더 까다롭습니다.

 

해와 달이 나오는 민화들

일월오봉도 외에도 해와 달이 등장하는 민화들이 있습니다.

칠성도에서 구름과 해, 달이 함께 나옵니다. 하늘 전체가 신성한 영역이라는 인식을 보여줍니다. 산수민화에서도 해나 달이 배경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출이나 월출 장면. 해가 뜨거나 달이 뜨는 순간은 하루의 시작과 고요한 밤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해와 달이 있는 그림은 공간에 시간의 흐름을 담습니다. 낮과 밤, 활동과 휴식, 양과 음. 그 균형이 그림 안에 들어옵니다.

 

결국 동그랗게 그리게 됐다

지금은 해와 달을 그럭저럭 동그랗게 그립니다.

처음엔 찌그러지고 커지고 난리였는데, 그리다 보니 감각이 생겼습니다. 팔 전체로 원을 그리는 감각.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감각.

민화를 오래 그리면 이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안 되던 것이 어느 날 되는 순간. 해와 달이 그런 소재였습니다. 왜 같이 있는지 이해하기 전에 어떻게 동그랗게 그리는지를 먼저 익혔습니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결국 둘 다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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