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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오봉도란? 왕의 뒤에 항상 있던 그림 — 신랑 서재에 걸어준 이유

by mybottari 2026. 2. 4.

왕의 권위와 우주의 질서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사극을 보다 보면 왕이 어좌에 앉아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그 뒤에 항상 같은 그림이 있습니다.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소나무, 폭포, 물결. 익숙하게 봐왔지만 그게 뭔지 정확히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그게 일월오봉도입니다.

민화를 배우면서 일월오봉도를 처음 제대로 공부했을 때 생각했습니다. 왕 뒤에 이 그림을 둔다는 것, 단순한 장식이 아니구나 하고요. 화면 하나에 우주의 질서를 담으려 했던 그 발상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완성하고 나서 신랑 서재에 걸어줬습니다. 우리 집안의 기둥, 왕이 되어라 하는 마음으로요.

 

일월오봉도란 무엇인가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를 그린 그림입니다.

조선 시대 왕의 어좌 뒤에 항상 놓였습니다. 왕이 앉으면 이 그림이 배경이 됩니다. 왕과 일월오봉도가 하나의 장면을 이룹니다. 그림 자체가 왕권을 상징하는 장치였습니다.

구성이 정해져 있습니다. 가운데 다섯 산봉우리, 왼쪽에 달 오른쪽에 해, 양쪽에 소나무, 아래에 폭포와 물결. 이 요소들이 정해진 자리에 있습니다. 구도가 엄격합니다. 민화 중에서 가장 형식이 정해진 그림 중 하나입니다.

 

각 요소가 담은 의미

일월오봉도 안에 우주의 질서가 담겨 있습니다.

해와 달은 음양입니다. 하늘의 두 축. 왕은 이 음양의 질서를 다스리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다섯 산봉우리는 오행입니다. 목화토금수, 세상을 이루는 다섯 기운. 왕의 권위가 세상 전체에 미친다는 뜻입니다.

소나무는 절개와 영원함입니다. 사계절 변하지 않는 푸름. 왕조의 영속성을 상징합니다. 폭포와 물결은 생명력입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 나라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요소 하나하나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장식이 아닙니다. 이 그림 앞에 앉는 사람이 우주의 질서를 대표하는 존재라는 선언입니다.

 

신랑 서재에 걸어준 이유

일월오봉도를 완성하고 신랑 서재에 걸어줬습니다.

왕 뒤에 있는 그림을 신랑 책상 뒤에. 우리 집안의 기둥, 왕이 되어라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그렇지만 사실 민화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일월오봉도는 그런 그림입니다. 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상징적으로 세워주는 그림.

왕의 권위를 담은 그림인데, 지금은 왕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 그림은 누구한테 걸어주는 게 맞을까 생각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한테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집안의 기둥 같은 사람.

그래서 신랑 서재에 걸었습니다.

 

일월오봉도를 그릴 때

일월오봉도는 구도가 엄격해서 오히려 어렵습니다.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닙니다. 정해진 요소들이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색과 선의 완성도로 승부해야 합니다. 산봉우리의 색 그러데이션, 물결의 리듬, 소나무 솔잎의 방향. 이 디테일들이 일월오봉도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형식이 정해져 있다고 쉬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해진 틀 안에서 잘 그려야 하니까 더 집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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