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를 하다 보면 관람객들이 그림 앞에서 뭔가를 세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고기 그림 앞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하나, 둘, 셋... 끝까지 셉니다. 처음엔 왜 세나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고기 그림에는 9마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7마리 그렸다가 화실 선생님들이 9마리가 좋다며,,
계속 부추기기에,, 그림을 그리다가 중간 2마리를 더 추가했습니다.
구어도란 무엇인가
구어도(九魚圖)는 물고기 아홉 마리를 그린 그림입니다.
구(九)는 숫자 9입니다. 9는 동양에서 가장 큰 양수입니다. 1부터 9까지 홀수 중 가장 큰 수.
완성과 충만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9마리 물고기가 모여있는 그림은 풍요와 번성을 상징합니다.
물고기 어(魚)가 여유롭다는 여(餘)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물고기 그림 자체가 풍요를 상징하는데, 거기에 9라는 숫자까지 더해지면 의미가 강해집니다. 넘치도록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7마리 그렸다가 2마리 추가한 날
구어도를 처음 그릴 때 몰랐습니다.
물고기 그림이니까 적당히 그렸습니다. 7마리. 화면에 자연스럽게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화실에서 다들 세어보더니 9마리냐고 물었습니다. 7마리라고 했더니 2마리를 더 그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구도가 잡힌 그림에 물고기 2마리를 추가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끼워 넣으면 어색합니다. 자연스러운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때부터 구어도를 그릴 때는 처음부터 9마리 배치를 먼저 잡습니다.
어해도 속 물고기와 구어도의 차이
어해도에도 물고기가 나옵니다.
어해도는 물고기와 게, 새우 같은 수중 생물을 함께 그린 그림입니다. 공간별로 의미가 달라서 어느 방에 거느냐에 따라 소재를 다르게 씁니다. 어해도 속 물고기는 마리 수보다 소재의 조합이 중요합니다.
구어도는 다릅니다. 물고기가 주인공이고 9마리라는 숫자가 핵심입니다. 같은 물고기 그림이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어해도가 공간을 꾸미는 그림이라면, 구어도는 풍요를 기원하는 그림입니다.
물고기 그림 앞에서 세어보는 사람들
전시장에서 구어도 앞에 서면 관람객들이 셉니다.
하나둘셋... 9마리가 맞으면 고개를 끄덕입니다. 틀리면 다시 셉니다.
이 그림이 9마리여야 한다는 걸 어디서 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민화가 그런 그림입니다. 그냥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 숫자를 세고, 소재를 확인하고, 의미를 찾습니다.
처음엔 그냥 예쁜 물고기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나면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7마리 그렸다가 2마리 추가하면서 그걸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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